일본의 버블 경제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버블이 꺼지면서 증발한 자산 가치가 당시 기준으로 1경 5천조 원에 달할 정도로 일본의 경제는 늪에 가라앉았죠.

위스키의 소비량도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2008년 일본의 위스키 시장 규모는 7만 5300㎘로, 버블경제 시절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산토리 위스키 또한 급격한 시장의 감소 때문에 생산량을 줄여야 했죠. 하지만 전화위복, 새옹지마라고 하던가요. 전쟁 때 그랬던 것처럼, 이때 비축해 둔 원액이 다음 호황기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일본 NHK 아침드라마 ‘맛상’

돌파구는 의외의 곳에서 생겼습니다. 2014년 방영된 NHK의 아침 드라마, ‘맛상’ 덕분이었죠.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제조 기술을 가져온 ‘다케츠루 마사타카’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사랑과 노력, 열정을 위스키 향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덕분에 일본 국내에서 하이볼 소비량이 크게 올라갔고, 일본의 위스키 시장이 다시 한번 활기를 띄게 되었죠.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2015

일본 위스키의 호재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들려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위스키 평론가 중 하나인 ‘짐 머레이’ 가 매년 발행하는 ‘위스키 바이블’의 2015년 호에 최고의 위스키로 ‘야마자키 셰리 캐스크’가 꼽혔기 때문이죠.

꾸준한 생산과 판매로 국내와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아 가던 일본 위스키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위스키 반열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위스키 바이블의 등재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일본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중국에서의 위스키 붐에 힘입어 일본 위스키는 그야말로 희귀품이 되었죠.

다양한 일본 위스키들

일본 위스키를 찾는 사람에 발맞추어, 새로운 위스키들도 생겨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리 일본에서 위스키를 준비해 왔던 증류소들이 일본 위스키 붐에 힘입어 같이 날아올랐다고 해야겠죠.

다양한 캐스크와 레시피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찾아다니는 크래프트 증류소 ‘치치부’, 일본 내의 지역적인 특색을 살려 다양한 증류소와 숙성 창고에서 위스키를 만들어 다양한 맛을 보여주는 ‘마르스’ 등 다양한 위스키 증류소들이 속속 생겨나 일본 위스키의 다양성에 색채를 더했습니다.

이런 위스키들 또한 국내와 해외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 위스키’라는 브랜드에 가치를 더했죠. 

산토리의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일본 위스키의 역사가 시작된 지 100년, 일본은 지금까지 쌓아 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위스키 강국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위스키를 처음 만들어 낸 토리이 신지로와 다케츠루 마사타카라는 두 청년부터, 묵묵히 일해왔던 증류소의 직원들, 위스키를 곁에 두고 즐겼던 일본인들의 사랑까지, 수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에 지금의 일본 위스키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지난 100년의 역사를 등에 업고, 다음 10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들

2020년 6월, 남양주에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가 오픈하면서 우리나라의 위스키 역사도 막이 올랐습니다. 그 이후 최초의 한국인 마스터 디스틸러 ‘김창수’ 씨의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가 세워지는 등 위스키를 향한 한국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죠.

게다가 20대, 30대 위주의 젊은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위스키를 소비하면서 위스키에 대한 세간의 주목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위스키에 대한 인식 변화, 주세 개편, 음주 스타일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또 그래서 위스키를 마시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면 분명히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 위스키 강국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DM, 즐거우셨나요? DM은 또 재미있는 이야기 들고 찾아오겠습니다!